시장 분석
마지막으로 시장 분석입니다. 위의 비즈니스 분석, 재무 분석을 거쳐 훌륭한 기업을 발굴해 냈다고 하더라도 그 기업이 이미 시장에서 고평가되어 있거나 제대로 평가되고 있다면 전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찾는 것은 훌륭한 기업인데도 '투자자'들의 탐욕과 두려움에 의해 현저하게 저평가되어 있는 기업입니다.
밸류에이션(Determine the value)
기업의 가치평가는 일반적으로 크게 세가지 방법이 사용됩니다.
첫째, 청산가치(liquidation value; 장부가치)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 기업이 문을 닫는다면 얼마의 가치가 있을까라는 접근으로 기업이 창출할 미래 현금흐름을 무시하고 철저하게 장부에 기반해서 평가하는 방법입니다. 청산가치는 적절한 가치평가 방법이 아니지만 '최소한의' 안전 장치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청산 가치를 이용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 평가는 버핏의 스승인 벤 그래함의 "margin of safety"라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안전마진이 있다는 것은 시가총액이 운전자본(순유동자산;Net current asset) 이하, 또는 순자산(net asset value)의 2/3 이하인 것을 의미합니다.
운전자본(순유동자산;net current asset)은 일반적으로 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뺀 것을 의미합니다만 벤자민 그래함은 훨씬 더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유동자산(current asset)에서 부채총액을 차감해서 판단했습니다. 즉, 유동자산(현금+현금등가물+재고자산+유가증권)에서 장단기부채 전체를 차감한 값입니다. 벤 그래함은 시가총액이 운전자본 이하라면 그 주식은 안전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래함은 이처럼 '안전마진'을 재무제표상의 명확한 숫자로 판단했지만 버핏은 이를 질적인 측면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자산가치를 기준으로만 활용한 것이 아니라 내재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되어 있을 때 구입한다. 즉 가급적 싸게 산다는 측면으로 이해합니다. 이는 벤자민 그래함의 "cigar butt approach"와 전혀 다른 버핏의 접근법과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스승 벤자민 그래함에 대한 버핏의 생각을 참고하세요.
또 다른 기업 가치평가 방법은 계속기업적(going-concern) 접근법입니다. 기업이 현재와 같은 영업을 계속적으로 한다고 가정할 때 기업의 가치가 얼마가 될 것인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서 밸류에이션하는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현금흐름을 통한 내재가치(intrinsic value) 분석을 참고하세요.
마지막으로 시장가치를 이용해서 기업을 밸류에이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손쉽게 밸류에이션할 때 이 방법이 많이 사용됩니다. PER나 PBR처럼 순이익 대비, 자산 대비 현재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 낮은지 평가하고 주당순이익이나 주당순자산에 업계 평균 배수를 곱해서 현재 주가를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 PER(주가수익률, Price Earnings Ratio)은 주가를 EPS(주당순이익)로 나눈 값
* PBR(주가순자산비율, price-to-book ratio, P/B ratio)는 주가를 BPS(주당순자산)로 나눈 것
그렇다면 버핏은 어떤 방법을 사용했을까요? '시장'이 탐욕과 공포의 혼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버핏은 계속기업적 관점에서 기업을 가치평가합니다. 즉, 그 기업이 창출할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해서 계산합니다.
첫째, 버핏은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채권의 쿠폰처럼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상당히 황당한 가정입니다.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어떻게 확정소득증권인 채권의 이표처럼 확실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요? 역으로 그만큼 심플하고, 확실하고, 이해가 쉽고, 장기적으로 지속적 현금흐름이 창출되는 안정적인 비즈니스만을 택한 것입니다. 그는 4-5년, 혹은 그 뒤의 현금흐름을 예측할 수 없다면 그 기업은 이미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기준만으로도 나가 떨어질 기업이 수두룩합니다. 우리나라 상장기업 중에 5년 뒤의 현금흐름을 채권의 쿠폰 정도로 생각할 만한 기업이 몇 개나 될까요?
둘째, 버핏은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율로 장기 국공채 할인율(30년 만기 미국 재무성 채권)을 사용했습니다. 이것 역시 황당한 가정입니다. 어떻게 '리스크-프리한' 국공채 할인율을 밸류에이션에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이 또한 그가 장기적으로 확실한 기업만을 택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그가 구입한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주 이해하기가 쉽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며, 현재에나 미래에나 거의 리스크 없이 확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장해 주는 것뿐입니다. 우리는 내년에도, 그 후에도 콜라를 마시고 면도를 할 것이며 티브이를 봅니다.
버핏이 장기채 할인율을 이용한 것에 대해서 많은 비판이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리스키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일면 리스키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기업을 제외하고 일관된 현금흐름을 미래에도 보장해줄 수 있는 기업을 택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I put a heavy weight on certainty. If you do that, the whole idea of a risk factor doesn't make any sense to me. Risk comes from not knowing what you're doing.
버핏이 기업의 내재가치 평가를 할 때 사용하는 방법으로 알려진 DCF(Discouted Cash Flow;현금흐름할인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습니다. 실제 버핏은 DCF 법을 이용해서 확정적인 주가를 계산하는 식으로 하지 않는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는 개략적인 값을 암산해 볼 뿐이고 이 때도 수익율의 형태로 투자안의 가치를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할인율이 조금만 달라져도 밸류에이션이 크게 달라지므로 이는 보다 깊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우리 나라의 실정에서 일반적인 기업을 밸류에이션할 때 할인율을 국공채 할인율로 하는 것은 사실상 곤란합니다. 대체로 적절한 가중평균자본비용(wacc)를 이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가중평균자본비용이라는 것 자체가 매우 논란이 많은 수치이기 때문에 할인율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는 여전히 불확실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밸류에이션은 경험 많은 애널리스트가 같은 데이타를 갖고 해도 전혀 다른 값을 계산할 수밖에 없는 불확실한 요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건 지극히 당연합니다. 두 사람이 어떤 사업체를 사려고 할 때, 같은 정보를 갖고 있어도 얼마를 주고 사는 게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가능성이 큽니다. 그 비즈니스의 향후 전망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그 비즈니스의 리스크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밸류에이션의 '정답'을 찾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특히 미래현금흐름을 할인해서 계산하는 DCF 밸류에이션은 값의 편차가 매우 클 수 있습니다. DCF 밸류에이션은 그 비즈니스의 장기적 가치를 여러 가지 가정 하에 계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버핏은 이러한 DCF 법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두 가지 기준을 생각했습니다. 첫째, 철저하게 자신이 이해하는 비즈니스에만 투자합니다. 미래 현금흐름 예측의 오류를 줄이려면 자신이 잘 아는 비즈니스에 투자해야 합니다. 수익 모델이 복잡하거나 기술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비즈니스는 예측이 상대적으로 힘듭니다. 둘째, 가급적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이 확보될 수 있는 가격대에 매입합니다. DCF 법에 의한 밸류에이션 값은 편차가 크므로 안전마진이 있을 때, 즉 심하게 저평가 상태에 있을 때 구입하는 것이 밸류에이션 오류에 따른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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