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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버핏 투자

[워렌버핏의 투자철학] 1. 주식은 사업체를 사는 것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다. 사업체를 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식투자라고 하면 오르기 전에 사서 떨어지기 전에 판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기술적분석은 이런 투자 방식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개별 주식 또는 주식시장 전체의 흐름과 수급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런 투자 방식은 기본적으로 대단히 피곤합니다. 시장의 흐름을 예측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논외로 하더라도 항상 주가 흐름을 살펴야 하고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는지 지켜 봐야 합니다. 게다가 수급을 예측하고 이용하겠다는 것은 다른 투자자들의 심리를 읽어야 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겠습니까? 내가 전체의 일부분인 전체를 읽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가격 변화의 타이밍을 맞춰서 돈을 벌겠다는 것은 그 근거도 희박할 뿐만 아니라 투자자를 쉽게 투기적인 성향으로 내몰기 때문에 더욱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가격이 오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벳팅을 합니다. 가격이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거의 공황상태가 됩니다. 타이밍을 맞춰서 사고 팔겠다는 식의 접근은 필연적으로 주식을 일종의 도박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투자자는 타이밍에 집중해서는 안 됩니다. 가격에 집중해야 합니다. 가격이 내가 계산한 것보다 낮으면 구입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투기가 아닌, 투자를 통해서 부를 쌓고자 한다면 주식을 복권이나 컴퓨터 상의 숫자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주식 뒤에는 '회사'라는 실체가 놓여 있습니다. 주식은 회사 자산에 대한 청구권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회사가 청산되더라도 주주 몫을 청구할 수 있는 증서입니다. 주식은 종이 조각이 아닙니다. 회사의 순자산이라는 실물이 뒤에 놓여 있습니다.

 

주식투자는 공개된 기업이 아닌 사적인 기업에 투자하는 것처럼 해야 합니다. 주식시장이란 것이 없어도 그 회사 주식을 사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서 그렇다라는 대답이 나올 때 그 회사 주식을 구입해야 합니다. 주식투자는 '사업체를 사는 것처럼 할 때' 성공할 수 있다는 게 버핏과 그래함의 메시지입니다.

 

어떤 비즈니스의 주식이 왜 장부가의 몇 배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될까요? 그 비즈니스가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 때문에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그 주식을 순자산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언제든지 다시 팔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순자산가치 이상을 지불하고도 그 주식을 다시 사 줄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에는 바로 나 자신도 포함됩니다. 어떤 이유로 '다른 사람'들이 회사를 불안하게 생각하는 순간 몇 배로 부풀려졌던 가치는 삽시간에 공중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가치'는 비즈니스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한다.'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믿음이 사라지면 가치도 없어집니다. 그런 방식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은 항상 주가에 신경 쓸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구입한 이유가 오직 다른 사람들이 그 주식을 좋게 생각해 줄 것이라는 점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주식 투자는 기업 공개가 되어 있지 않은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것과 똑같아야 합니다. 친구가 운영하고 있는 사업에 동업자로 참여하는 것과 똑같아야 합니다. 투자하려는 회사가 오랫동안 일관된 영업 성적을 보여왔는지, 경영진은 합리적이고 주주이익을 중시하는지, 그 비즈니스가 속한 산업이 어떤 특성을 갖는지를 바탕으로 적절한 가격을 계산하고, 그 가격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지분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오면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조금 있다가 팔아 버릴 종이 조각이나 컴퓨터 상의 숫자를 사는 것이 아닙니다. 사업체를 사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변덕스런 의견에 의거해서 가치를 매기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비즈니스가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에 근거해서 가치를 매기고 지분 참여를 하는 것입니다.

 

버핏은 주식 시장이 10년 정도 문을 닫았다가 연다고 해도 자신의 투자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까지 얘기를 했습니다. 시장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는 '현재'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느냐 정도의 의미만 있을 뿐입니다. 개별 주식을 사는 것과 주식 시장 전체를 전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리고 가치투자는 다른 사람의 의견과 예측, 즉 시장 전망에 기반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므로 주식 시장의 흐름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알고 보면 시장 흐름을 전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주식 시장은 일면 기업 가치의 객관적인 평가의 장이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욕망과 공포의 소용돌이입니다. 그 많은 투자자의 심리적 상태, 그것도 극단적인 탐욕과 공포가 몰아치고 있는 것을 '예측'하고 '분석'하겠다는 시도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불행히도 주식시장은 비즈니스의 펀더멘털이 반영되는 측면보다 벳팅한 사람들의 일시적 감정 상태의 반영인 경우가 훨씬 많고, 사람들이 일단 탐욕이나 공포감에 압도되고 나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나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고 팔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공포에 절어있다면 아무리 훌륭하게 운영되고 있는 비즈니스도 형편없이 낮게 평가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근거없는 탐욕에 불타오르면 껍데기밖에 없는 회사도 높은 가치가 있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런 '가치'는 오직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잠시 일치할 동안만 존재하는 가치입니다.

 

매일매일의 주가는 들여다 볼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의 기복에 소중한 나의 재산을 걸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봐야 할 부분은, 그런 요동치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펀더멘틀이 튼튼한 회사는 결국 적절하게 평가되는 시기가 온다는 사실입니다. 그래함 교수는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는 인기투표장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중계라는 비유를 했습니다.

 

벤자민 그래함 교수는 주식 가격에 두 가지 성격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하나는 투자적 성격(investment characteristic)이고 다른 하나는 투기적 성격(speculative characteristic)입니다. 전자는 기업의 비즈니스적 가치입니다. 후자는 투자자의 탐욕과 공포의 결과물입니다. 투자자의 탐욕과 공포는 주가를 투자적 성격과 상관없이 극단적으로 치솟게 만들거나 극단적으로 폭락하게 만듭니다.

 

투자자의 감정상태에 의해 형성된 투기적 가격은 하루하루 '투자자'를 기분좋게 만들기도 하고 공포감에 흔들리게도 만들지만 투자자들이 어떤 감정 상태에 있든 사실 그 기업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꾸준히 비즈니스를 해 나가고 있을 뿐입니다. 인기투표를 어떻게 하고 있든 회사의 비즈니스는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진행되어 나갑니다. 그리고 비즈니스만 제대로 되어 나간다면 결국 제대로 평가되는 시점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