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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버핏 투자

[워렌버핏의 투자철학] 4. 투자에서 중요한 지표 2 : 재무측면

 

재무적 평가

 

재무적 평가에서도 버핏의 독자적인 사고방식이 드러납니다. 버핏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기업의 장부가치가 아닙니다. 장부가치는 투자 위험을 판단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기업의 진정한 가치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수 있습니다. 기업의 가치는 미래에 얼마나 많은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느냐이고 재무적 평가 역시 이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ROE(투자수익율; Return On Equity)를 읽어야지 EPS만 읽어서는 안된다

 

EPS(주당순이익)는 주식 가격을 평가할 때 널리 쓰이는 지표입니다. 그리고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도 매우 중요하게 취급됩니다. 하지만 버핏에 의하면 주당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얼마 늘었다고 얘기하며 자랑스럽게 발표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합니다. 왜일까요?

 

어떤 회사가 올해 주당순이익이 작년보다 10% 늘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내년에는 10%만큼 늘어난 자기자본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주당순이익이 올해보다 더 커집니다. 그렇지 못했다면 그것은 보통 경영을 잘못한 것이 아닙니다. 늘어난 그 이익잉여금은 은행에 예치해 두어도 이자가 붙기 때문입니다. 그 이자도 내년 EPS의 일부입니다.

 

EPS가 전년에 비해 늘었다는 사실만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10명이서 1억씩 투자해서 어떤 회사를 세웠습니다. 편의상 한 주의 액면가가 1억인 주식 10주를 각자 보유했다고 합시다. 그 회사가 올해 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면 투자수익율 ROE1/10= 10%입니다. 주당순이익은 1/10 = 1000만원입니다. 이 회사는 내년에는 11억의 자기자본으로 시작합니다. (자기자본 = 자본금 + 이익잉여금 + 자본조정) 그런데 내년에도 1억의 순이익을 내었습니다. 그 회사의 주당순이익은 여전히 1/10 = 1000만원입니다. 작년과 주당순이익이 똑같으므로 경영을 크게 잘못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올해에는 10억으로 사업을 한 것이고 내년에는 11억으로 사업을 한 것이므로 퇴보한 것입니다. 이 경우 투자수익율을 계산해 보면 올해는 10%인데 반해, 내년에는 1/11= 9%입니다. 물론 배당은 없었다는 전제입니다. 만약 순이익 1억 원을 모두 다 배당했다면 내년에 1억 원의 순이익을 냈어도 ROE1/10= 10%입니다.

 

EPS가 전년도보다 얼마 늘었다 아니다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이익을 내었다면 그 이익이 재투자가 되어 더 큰 이익을 기록해야 합니다. 투자할 곳이 없다면 배당으로 주주에게 되돌려 줘야 합니다.

 

그러므로, EPS가 아닌 ROE를 읽어야 합니다. ROE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거나 최소한 유지되고 있어야 합니다. 버핏의 얘기입니다.

The primary test of managerial economics performance is the achievement of a high earnings rate on equity capital employed (without undue leverage, accounting gimmickry, etc.) and not the achievement of consistent gains of earning per share.“

 

버핏은 가급적 추가적인 차입 없이 ROE가 늘어나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부채를 늘리면 ROE는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기업은 부채 없이도 ROE를 계속 늘려갈 수 있는 기업입니다. 버핏의 얘기입니다.

"Good business or investment decisions will produce quite satisfactory economic results with no aid from leverage."

 

또한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기업은 경기하강시 큰 타격을 받을 리스크를 갖습니다. 물론 부채비율은 그 비즈니스의 현금흐름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수준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레버리지를 크게 늘려서 ROE를 키우는 기업은 주의해서 보아야 합니다.

 

버핏은 복리의 마술을 즐겨 이야기 하는데 ROE를 읽는 것은 전년도 이익이 재투자 되어 같은 수익율(이상)을 나타내주기를 바라는 것이므로 기업이 복리식으로 성장하는 것을 바라는 것입니다.

 

오너어닝(Owner Earnings)

 

버핏이 기업을 밸류에이션 할 때 사용한 지표가 바로 "오너어닝"이라는 숫자입니다. 현금흐름(cash flow)은 보통 세후순익에 감가상각(depreciation) 등의 실제 현금유출은 없는 비용을 합쳐서 계산할 수 있습니다만 이것은 자본적지출(capital expenditure)을 감안하지 않은 것입니다. 모든 비즈니스는 현재의 경쟁상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있습니다. 새로운 설비를 도입하거나 기존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있습니다. 현재의 경쟁상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즉 미래에 장기간에 걸쳐 현금흐름을 창출해 주는 자본재를 구축하기 위해 지출되는 비용을 자본적지출이라고 합니다. 주주에게 진정한 의미가 있는 현금흐름은 자본적지출을 차감해야 알 수 있습니다

자본적지출과 이에 따라 요구되는 부가적인 운전자본을 차감한 이익을 버핏은 "오너어닝"이라고 명명했으며, 기업의 가치는 미래 오너어닝을 현재가치로 할인해서 계산합니다.

Owner earnings - a company's net income plus depreciation, depletion, and amortization, less the amount of capital expenditures and any additional working capital that might be needed.

 

그런데 자본적지출은 사업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비즈니스는 성격상 현재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자본적지출이 필요한데 반해 다른 비즈니스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높은 ROE를 기록할 수 있다면 부가적인 자본적지출은 더욱 큰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이므로 바람직합니다만 ROE는 높지 않은데 계속해서 큰 자본적지출이 필요한 경우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참고:ROE와 자본적지출)

 

오너어닝 계산을 위한 자본적지출은 현금흐름표의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과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의 "취득/자본적지출"을 이용해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대체로 감가상각비와 자본적지출이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버핏이 EBITDA를 매우 비판적으로 본 이유가 거의 모든 비즈니스에서 감가상각은 '실제' 비용이고, 이를 보충하기 위한 적절한 자본적지출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경쟁사가 대규모 자본 투자를 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는데 그대로 있다가는 시장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감가상각된 자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롭게 업그레이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버핏은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정말로 의미가 있는 숫자를 원하기 때문에 자본적지출을 고려하지 않은 EBITDA에 비판적인 것입니다.

 *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약자로,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등을 빼기 전의 순이익)

 

이익 마진(Profit margin)

 

같은 업종에서도 마진율이 높은 기업이 좋은 기업입니다. 마진율을 업계 평균과 비교해서 특별히 높은 기업은 높게 평가해야 합니다. 버핏은 그 자신이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자에 따라 비용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The really good manager does not wake up in the morining and say, 'This is the day I'm going to cut costs' any more than he wakes up and decides to practice breathing.

 

재미있는 표현이죠? '오늘부터 비용절감에 나서겠다'라고 발표하는 것은 '오늘부터 숨쉬기를 시행하겠다'는 것과 똑같습니다. 대규모의 비용절감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기업은 벌써 큰 문제가 있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상시적으로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야 하고 이것은 숨쉬기와 같이 자연스러운 일이어야 합니다. 그런 것을 무슨 특별 프로젝트로 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얼마나 방만하게 경영하고 있었는가를 반증할 뿐입니다.

마진을 늘려 가는 것은 비용절감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가격을 인상해서 이룰 수도 있습니다. 가격결정능력의 중요성을 참고하세요.

 

1달러 전제(The One-Dollar Premise)

 

재무 분석의 마지막 기준으로 1달러 전제가 있습니다. 이것은 기업이 1달러를 유보하면 1달러만큼 시장가치를 늘려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년도에 100억을 내부유보했으면 가급적 1-2년 내에 시가가 100억 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보한 이익이 제대로 재투자되지 못한 것입니다. 버핏은 실제 이 지표를 이용해서 기업이 지난 수 년 동안 얼마나 훌륭하게 이익잉여금을 재투자했는지 평가했습니다. 이것은 배당정책과도 관계됩니다. 이익잉여금이 쌓여갈 때 이를 주주에게 배당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성장 기회를 공략하느냐는 많은 논란이 있고 또 불확실한 측면이 있습니다. 배당을 많이 한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기업이 재투자해서 더 높은 수익율을 기록할 수 있다면 내부유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투자자는 1달러 전제를 사용함으로써 이 기업이 이전 수 년동안 유보한 이익을 충분히 시장가치 창조로 이어나갔는지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1달러를 유보하면 1달러만큼 시장가치를 늘린다는 것을 몇 년 이상 달성해 왔다면 그 기업은 자본 할당을 합리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