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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버핏 투자

[워렌버핏의 투자철학] 3. 투자에서 중요한 지표 1 : 사업측면

 

이제 워렌 버핏이 주식을 선택할 때 재무적으로 어떤 식으로 선택하는지 알아봅시다.

 

비즈니스적 관점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그는 세 가지 특징에 주목합니다.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비즈니스(Simple and Understandable)

 

주식투자는 종이 조각이나 복권을 사는 것이 아니고 지분을 구입하고 동업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버핏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비즈니스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버핏은 기술주에 전혀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신기술 출현에 의해 단 번에 흔들릴 수 있는 기술주대신, 수익 모델이 명확하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와 유사한 사업을 해보았거나 이전에 투자를 했던 기업과 비슷한 성격이 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직접 그 계통 일을 해봤기 때문에 그 쪽 비즈니스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어떤 기회와 위협이 있는지 장기적 전망이 어떠한지를 잘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circle of competence'를 벗어나는 사업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 바닥'을 잘 아는 사업에만 투자했습니다.

 

일관된 영업 성적을 기록해 온 오래된 회사(Consistent operating history)

 

단기적으로는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더라도 버핏은 역사가 짧은 회사에는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기업은, 훌륭한 기업이든 그렇지 않든, 아주 큰 위기를 맞이합니다. 이런 위기를 넘겨가며, 세월의 시험을 이겨내며 오랫동안 활동해 온 기업에는 많은 축적된 노하우와 자산이 있습니다. 현재 아무리 매력적으로 보이는 회사가 있더라도 그 회사 역시 반드시 위기는 찾아오고, 역사가 없는 회사라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 낼 지 또는 해결해 낼 수 있기는 한 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불확실합니다. 오래 된 회사이면서 영업 성적이 큰 기복없이 발전해 온 회사여야 합니다. 경기순환에 따라 매출이 왔다갔다 하는 회사가 아닌, 일관된 영업 성적을 기록해 온 회사가 좋습니다. 버핏은 가급적이면 경기민감주(cyclical)에 속하는 회사는 피했습니다.

 

장기적 전망이 밝은 회사(Favorable long-term prospects)

 

비즈니스적 특징에서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바로 '가격을 부과할 능력이 있느냐.'입니다. 자기 회사가 가격을 결정할 힘이 있으면 그 비즈니스는 수요가 늘든 줄든,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든 어떻든 가격을 조절해가며 좋은 마진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비즈니스는 상당히 드뭅니다.

 

버핏은 이를 장기적으로 전망이 밝은 기업이라고 봤습니다. 이들의 가격결정능력은 대부분의 풍파를 무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경영진이 실수를 하더라도 그 비즈니스 자체가 위협을 받지 않는다는 크나 큰 강점을 갖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어떤 큰 변화가 오더라도 일정한 수준의 영업 성적을 지속적으로 낼수 있는가가 투자의 관건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업을 참 찾기가 힘듭니다. 이들 또한 지속적이지 않고 언젠가는 경쟁을 맞이해야 합니다.

 

"유망한 기업 -> 약한 비즈니스(경쟁심화) -> 강한 비즈니스(경쟁우위) - 보통재"

 

구입해서 오래 보유할 만한 회사는 아주 소수입니다. 탁월한 비즈니스는 몇몇에 불과하며, 여기에 속하는 회사를 좋은 가격에 구입해서 보유하는 게 핵심입니다. 가격결정능력이 있는 독점기업이 그런 회사입니다.

 

경영진 평가


버핏은 경영자가 어떤 사람인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와 함께 일을 한 경영자는 수십 년 이상 회사에 머물면서 버핏과 함께 성공을 나누었습니다. 그만큼 사람을 보는 눈이 탁월하고 일단 함께 일을 하기로 한 경영자에게 전권을 주며 전폭적으로 신뢰하였습니다. 버핏은 경영자를 판단할 때 다음의 세 가지 기준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합리성(Rationality)


경영진의 합리성이란 다름 아닌 자본을 어떻게 할당하느냐에서 표현됩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출발 후 급격한 성장을 합니다. 성장율이 너무도 높아서 큰 부채를 끌어 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성숙 상황을 맞이하고 실제 투자할 수 있는 부문보다 훨씬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는 단계가 옵니다. 바로 이 단계에서 경영진의 합리성이 표현됩니다.

비즈니스는 이미 성숙단계에 들어서서 큰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또 평균 이하의 수익율만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동안 축적된 또 현재 벌어들이고 있는 현금이 상당히 있는 경우 경영자가 택하는 길은 셋 중의 하나입니다.

 

첫째, 이 문제를 외면하고 여전히 기존의 평균 이하의 수익율만을 기록하는 곳에 재투자한다.

둘째, 성장성 있는 회사를 산다.

셋째, 주주에게 부를 환원한다.

 

버핏은 이 지점에서 경영자가 합리적이냐 아니냐를 판단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계속 그런 식으로 하다가는 회사에 현금만 쌓일 뿐 제대로 투자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집니다. 적대적 M&A의 위협에 노출됩니다. 경영진은 자리를 보존하기 힘듭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경영자는 두 번째 방법을 택합니다. 성장성 있는 회사를 삽니다. 하지만 버핏은 이렇게 성장기업을 구입하는 것에 부정적입니다. 성장성 때문에 구입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고평가되어 비싼 값을 지불하고 사야하며, 새로운 비즈니스를 끌어들이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실수를 할 리스크를 높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영자는 남아 도는 현금을 잘 모르는 이른바 성장기업을 구입하는 데 마구 지출합니다. 커져가는 회사의 외형을 보면서 자신이 능력있는 경영자라고 착각합니다.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대신 사상누각 같은 외형 확장에 쏟아 붓습니다. 그 결과가 대체로 어떻다는 것은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잘 알 것입니다.

 

버핏은 회사에 현금이 쌓여갈 때 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길은 부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부를 환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배당을 늘리는 것입니다. 배당을 받은 주주는 그 돈을 높은 수익율을 갖는 다른 투자처에 투자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당이 높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그만큼 기업이 현금을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배당이 주주에게 의미가 있으려면, 그 배당을 주주가 재투자했을 때의 수익율이 배당을 하지 않고 기업이 재투자했을 때의 수익율보다 높아야만 합니다. 이 점을 잘 판단해야 합니다. 배당이 시장에 주주 이익 중시 시그널을 보내서 주가를 올리는가, 역으로 성장할 기회에 투자할 자금을 줄여서 시장가치를 낮추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과 연구가 있습니다. 여기서 그 논란에 대해 다루기는 힘듭니다만 배당이 양면성이 있다는 점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주주에게 부를 환원하는 방법은 자사주매입입니다. 버핏은 이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만약 어떤 회사의 내재가치가 10만 원이고 현재 주가가 5만 원인데 회사가 자기 주식을 다시 사들이면, 회사로서는 5만원을 지출해서 10만원의 가치를 추가하는 것이므로 간접적으로 보이지만 주주에게 이익이 됩니다. 또한 자사주매입은 시장에 주주 이익을 중시한다는 시그널을 보내기 때문에 대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자사주매입은 주주에게 두 배의 이익을 안겨 줍니다. 회사의 가치도 높이고 주가 상승도 이끌어 냅니다. 물론, 내재가치가 현재 주가보다 더 높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내재가치 이상으로 주가가 올랐을 때 자사주를 사들이며 '주주중시 경영' 운운하는 경우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고가에 처분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합니다.

 

정직성(Candor)

 

경영자는 공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적을 부풀릴 수도 있고 실패를 성공으로 위장할 수 있습니다. 버핏은 실패한 것도 있는 그대로 발표하는 경영자를 오히려 더 신뢰했습니다. 실패를 경제 탓, 산업 탓으로 돌리며 은폐하려는 경영자보다 어떤 위협요소 때문에 실패를 했지만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라고 솔직하게 밝히는 경영진을 선호했습니다. 기업회계기준 뒤에 숨어 교묘하게 실패를 위장하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성공과 실패를 보고하는 경영자를 택했습니다. 회계처리기준을 몇 년이 멀다하고 바꿔가며 영업성적을 '화장'하는 회사는 오래 갈 수 없습니다.

 

제도적 관행(Institutional Imperative)

 

다른 경영자를 아무 생각없이 따라하는 것이 제도적 관행입니다. 버핏은 한 대학의 강연에서 주가가 15배나 뛰어올랐는데도 그 기간동안 망한 37개의 투자은행 목록을 보여주며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월가에서 가장 머리가 좋고 가장 열심히 일하며 성공하고자 하는 강렬할 욕망을 갖고 혼신의 힘을 다한 사람들에 의해서 운영된 회사들입니다. 그런데 왜 망했을까요? 그 이유는 '아무 생각없이 다른 동료들을 따라한 것(mindless imitation of their peer)' 때문입니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업계의 다른 회사가 다들 그렇게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필요성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지 않고 그냥 따라하는 것을 버핏은 아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닷컴 붐이 일고 경쟁사가 인터넷 사업체를 대규모로 사들인다고 해서 우리 회사도 일단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 없이 따라하는 경영진은 문제가 있습니다. 신규투자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왜 그 투자가 필요한지 정말 지금 필요한지에 대해 독자적으로 사고하고 결론을 내야 하는데, 다른 데서도 다 그렇게 하고 이것은 관행이라는 말만 하며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영진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경영진에 의해 경영되는 회사는 장기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습니다.

 

9.11 테러 같은 아무도 예상 못할 대형 사고만 없으면 올해 순이익은 어느 정도가 될 것이다라는 식의 추정(pro forma)을 하는 게 보험업계의 관례입니다. 이처럼 다른 회사도 그렇게 발표하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해도 된다는 식으로 하는 것을 버핏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보험회사라면 예측하기 힘든 대형사고는 비즈니스의 일부입니다. 다른 회사들이 특별한 사건인 양 취급하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하는 태도가 바로 제도적 관행입니다.

 

버핏의 스승인 그래함 교수는 경영자의 특성 같은 기업의 질적인 특성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평가에 크게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함은 정량화될 수 있는 변수에만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버핏은 경영자에 매우 큰 비중을 둡니다. 그가 자신을 "85%는 벤자민 그래함이고 15%는 필립 피셔"라고 밝힌 데서 알 수 있듯이 버핏은 경영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기업가치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인 투자자가 버핏처럼 경영자와 직접 얘기를 나눠 보고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대신 사업보고서의 영업보고서나 이사의 경영진단 의견서, CEO의 인터뷰 등을 통해 경영자의 특성을 알 수 있습니다. CEO가 전년도에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를 보고 올해 실제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비교하면 경영진의 정직성과 외부 환경 변화를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 자본을 어떻게 재할당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업보고서는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버핏은 항상 CEO와 회사를 함께 인수합니다. 그는 [탁월한 경영자 - 괜찮은 사업모델][괜찮은 경영자 - 탁월한 사업모델]이 있다면 전자를 택한다고 했습니다. 그 정도로 경영자를 중시했습니다. 버핏은 인수할 회사의 CEO와 단 몇 분의 전화통화만으로 그 사람이 'our type of manager'라고 확신했다고 밝힐 정도로 최고 수준의 판단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오너처럼 생각하는', '돈 때문에 일을 할 필요는 없는' 매니저를 선호했으며, 자신이 존경할 만한 요소가 있는 경영자만을 택합니다.

 

일반적인 투자자는 버핏처럼 CEO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한계가 크다는 생각보다는 단 몇 분의 전화통화로 그 사람이 훌륭한 매니저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각을 기르는 데 주력하는 게 좋습니다. 공개된 정보와 인터뷰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판단을 하는 데 크게 부족하지 않습니다. 버크셔의 자회사 CEO 중에는 몇 년 동안 버핏을 전혀 만나지 않거나, 일 년 내내 몇 통의 전화통화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비즈니스는 변함없이 훌륭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훌륭한 경영자를 볼 줄 아는 안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