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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정치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노건호 "사무치게 뵙고 싶다" 임채정 "부활이자 승리"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이 엄수됐다. 이날 추도식에는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참석했다

 

추도식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앞을 가득 메운 노란 물결 속에서 진행됐다.


박혜진 아나운서가 지난해에 이어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 사회를 맡았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공식 추도사를 낭독했다

임 전 의장은 추도사에서 지난 8년의 5월은 항상 어둡고 무거웠다. 그러나 오늘 봉하의 5월은 당신이 부활하셨기 때문에 이토록 밝게 빛난다당신께서 그토록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친구 문재인이 대통령이 됐다. 깨어있는 시민의 단합된 힘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지난 10년간 민주주의 후퇴에 맞선 우리 국민 모두의 진통과 산고의 결과이자 노무현 정신의 승리이라고 강조했다.


식 틈틈이 노 전 대통령의 유세 장면부터 대통령이 된 후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다.


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을 맡았던 문재인 대통령은 추도식 내내 감회가 남다른 모습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대통령으로 참석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민주주의와 인권과 복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나라, 지역주의와 이념 갈등·차별의 비정상이 없는 나라가 그(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대통령부터 초법적인 권력과 권위를 내려놓고 서민들의 언어로 국민과 소통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이상은 높았고, 힘은 부족했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노무현의 좌절 이후 우리 사회, 특히 우리 정치는 더욱 비정상을 향해 거꾸로 흘러갔고, 국민의 희망과 갈수록 멀어졌지만 이제 그 꿈이 다시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 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 임기 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드립니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그때 다시 한 번, 당신이 했던 그 말, ", 기분 좋다" 이렇게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꿋꿋하게 견뎌주신 권양숙 여사님과 유족께도 위로 인사를 드린다"며 인사말로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삭발을 한 모습으로 연단에 오른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44)씨는 유족 대표로 인사를 했다탈모로 인한 삭발 경위 설명으로 말문을 연 노건호 씨는 간결하면서 인상 깊은 인사말을 전했다.

그는 아버님이 살아 계셨다면 오늘 같은 날은 막거리 한잔하자고 했을 것 같다아버님을 사무치게 뵙고 싶다. 이번 추도식은 감회가 다르다. 저와 가족도 감격과 회한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님이 역사의 도구로서 하늘이 정해주신 길을 걸어가신 것인지 아니면 시대를 가로질러 결국은 역사의 흐름에 새로운 물꼬를 튼 것인지 여전히 잘 알지 못하겠다. 다만 아버님이 꿈꾸신 대로 앞으로 한국에 새 물결이 흘러 밝은 새 시대와 힘찬 물줄기가 계속되길 기원할 뿐이라며 그저 역사와 민심 앞에 경외감을 느끼며 오랜 길을 함께 걸어오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릴 따름이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만 시민 5만여명이 노 잔 대통령 추모를 위해 봉하마을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