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3. 여행 세쨋날. 8인실 호스텔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거의 매일 숙소 인원이 바뀐다. 오늘은 미국인으로 파리에서 디자인 공부를 마치고 내일 아침 비행기로 다시 고향인 테네시로 돌아간다는 여학생과 그의 친구가 옆 침대에 새로 왔다.
새벽녘에 들어온 누군가의 인기척에 3시 무렵부터 눈을 떠 침대에 누워 아침이 오길 기다리며 몽상에 잠겼다. 동이 틀 무렵 창밖으로 파리의 아침 풍경을 바라본다. 날이 밝아오면서 서광이 드리운 하늘이 고흐의 그림에 나오는 하늘처럼 인상적이다.
호스텔의 아침은 간소하다. 씨리얼과 바게트는 건강에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맛이 없다. 바나나와 오렌지, 사과 빼고는 먹을 만한 것이 많지 않다. 간단히 먹고 8시에 호스텔을 나섰다.
북역 인포메이션을 통해서 뮤지엄패스 4일 권을 구매하고 오르세, 루브르를 둘러보았다. 어제 저녁 무렵 산책하며 본 오르세 미술관 앞 조명을 받고 늘어선 조각상이 눈앞에 아른거려 발길을 재촉했다.
원래 기차역 건물이었다는 미술관. 중앙부는 1층부터 빛이 잘 드는 천장까지 탁트여있다. 회랑에는 각종 조각품과 대형 그림이 전시돼 있다.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각의 옷 주름이나 인체 세부 묘사가 자연스럽다. 작품이 사진에 담기에 너무 많았지만 어느 작품이나 걸작이 아닌 게 없었다. 견고한 돌을 조각해 만들었다는 게 놀랍다.
미술관 양쪽으로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외벽 시계가 있는 높이까지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규모가 한눈에 들어왔다.
꼭대기 층에는 인상파 화가의 작품이 걸려있다. 마네, 모네, 르누아르, 고흐 등 유명 화가의 작품 앞에 서니 입체감과 함께 원작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대형 시계창 밖으로 센강과 루브르 박물관, 멀리 몽마프트 언덕 위 성당까지 보였다.
루브르는 규모가 압도적이었다. 1주일을 돌아봐도 전시품을 다 볼 수 없을 만큼 많다. 한주 간 파리에 머무는 동안 다시 오리라 다짐하고 궁금했던 작품 위주로 빠르게 돌아봤다.
박물관 2층 콩코드 광장 방향으로 회랑에 커피숍이 있었다. 혼자 여행을 하다보면 선뜻 레스토랑과 커피숍에 들어가기가 망설여진다. 사람 많은 관광지에서 혼자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있기가 불편하다.
어디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유명한 작품이 있었다.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모나리자’와 ‘니케 여신상’ 등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을 나와 센 강 반대방향으로 걷다보니 방돔 광장이 나왔다. 광장을 둘러싼 웅장한 석조 건물에는 유명 명품매장과 호텔 등이 자리했다. 낮 시간이어서 그런지 광장은 한산했다. 광장에서 멀지않은 골목에서 식료품점을 찾아 들어갔다. 생수와 간식으로 치즈를 샀는데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어서 그런지 가격이 저렴했다.
Place Vendôme.(By Dimitri Destugues, From Wikimedia Commons, the free media repository)
마지막 일정으로 버스를 타고 센강을 따파 에펠탑으로 갔다. 강 건너편 분수대가 있는 공원 위에서 에펠탑과 그 인근 광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관광객들과 파리 시민들로 광장이 붐볐다. 에펠탑을 오르는 것은 다음으로 미뤘다. 파리에 다시올 이유를 남겨두기 위해서다.
관광객들이 모여든 분수대 옆 광장에는 여러 곳에서 컵3개를 이용한 숨긴 물건(과일?) 찾기가 성행 중이었다. 보기에 어설퍼 보이는 청년은 손놀림이 굼떠 과일의 위치가 한눈에 보였다. 돈을 건 사람들이 대부분 돈을 땄다. 돈을 걸라는 유혹에 돈을 따서 미안해 질까봐 돈을 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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