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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여행

[돌아보는 유럽 여행기 1편] 서울에서 파리로

모든 것이 ‘반복’된다. 삶은 때때로 기쁘고 슬프다. 만나고 또 헤어진다. 서로 반대인 듯 보이는 것들이 꼬리를 맞물고 이어진다. 반복되는 모든 것은 동일한 듯 다르다. 오늘 떠오른 태양이 어제의 태양이 아니다. 이번 겨울이 지난해 겨울과 다르다.


삶은 흐르는 강물처럼 늘 새롭다. 일상조차도 같은 순간은 없다. 다만 그것을 망각할 뿐이다. 여행은 변화를 망각한 일상을 공간적으로 벗어나는 것. 


여행은 이동을 기반으로 이따금 머무른다. 지평선을 스치며 지나는 풍경을 바라보는 기쁨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 기차여행을 선택했다. 여행지는 철도가 거미줄처럼 여러 나라를 종횡으로 연결하는 유럽. 여행경로와 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계획했다.      


어떤 이유에서 인지 숫하게 떠돌던 삶. 해외여행에서 파리에서 일주일을 제외하고 이동을 극대화 한데는 그 극단을 경험해보고 싶어서였다. 그롷게 ‘머묾’보다는 ‘이동’을, ‘일상’이 아닌 ‘일탈’을, ‘익숙함’에서 ‘낯 설음’으로 세상을 마주했다.     

한나 아렌트는 ‘정신의 삶’에서 “(사람은) 홀로 있을 때 가장 외롭지 않다”라고 했다. 혼자여서 외롭지 않은 삶처럼 여행도 혼자이기에 뜻하지 않은 만남이 더 풍성할 수 있었다.     


여행의 시작, 파리     


파리에서 공부를 하겠다던 작은 바람은 여전히 희망으로 남아 있다. 진정한 자유를 꿈꾸는 이들이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파리. 부재가 존재를 증명한다고 자유는 부재,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더 소중하다. 1789년 혁명으로 절대왕정을 무너뜨린 프랑스는 자유, 평등, 박애라는 세 가지 이념에서 자유를 가장 앞에 뒀다.      


2015년 12월 21일 인천공항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14시간 비행 끝에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밤 10시가 넘어 도착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파리 행 비행기로 환승하면서 파리 테러 여파로 삼엄한 입국심사를 거쳤다. 


늦은 시간 한산한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짐을 찾아 파리 북역에 위치한 숙소로 이동했다.


공항에서 파리 북역까지 연결하는 지하철 PER b는 음침하고 지저분했다. 밤 11시가 다 되 도착한 한 겨울 파리 북역은 더 심했다. 숙소를 찾아 북역을 나서자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낯선 타국의 도시, 밤거리에서 세밀하지 않은 지도를 보고 숙소를 찾자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착한 파리 북역에서 불과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는 숙소를 두고 30분 가까지 헤맸다. 밤 거리에는 흑인 젊은이들이 밤늦게 까지 역 주변을 배회했다. 거리를 지나는 행인들과 가게 점원, 택시기사에게 묻고 또 물었다.


지나치게 간소한 지도도 지도였지만 언어도 문제였다. 영어로 길을 가르쳐 줄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당황과 긴장 속에서 비를 맞으며 밤거리를 헤매는 동안 사람들의 친절함은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호스텔에 도착 후 수속을 끝내자 밤 12시가 다 됐다.     


가장 높은 층에 위치한 6인실 숙소. 숙소 내부 욕실이 정말 어떻게 샤워를 했는지 믿기지 않은 만큼 좁았다. 무릎을 굽혀 앉으면 공간이 꽉 찰 정도였다. 침대는 생각보다 안락했지만 낯섦과 시차로 뜬눈으로 다음날 아침을 맞았다.